카멜·피셔스를 한국의 한 도시와 비교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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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멜·피셔스를 한국의 한 도시와 비교해 보았다.

인디애나의 계획도시 카멜·피셔스의 면적을 한국의 신도시와 비교해 보았더니, 면적은 비슷, 인구 밀도는 딱 10분의 1. 조금은 비슷한 듯한 두 동네 이야기.

카멜(Carmel)에 살다 보면 문득 이 동네가 좋아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커피 들고 나선 아침 뒷마당, 끝없이 이어지는 조용한 골목, 저녁 산책길에 올려다본 넓은 하늘. 한국에서 왔다면 이 여유가 새삼스럽게 느껴질 때가 있죠.

이 글은 사실 그 여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조금은 억지스러울 수도 있지만, 누군가 내가 살고 있는 이곳 카멜이나 피셔스(Fishers)가 어떤 도시냐고 물어보면, 저는 “응, 한국에 있는 분당과 비슷해”. 라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생기더라고요.  태평양 너머 미국 한복판 시골 도시이지만, 이상하게 겹쳐 보이는 구석이 있어서요. 가벼운 마음으로 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일단 한국에서 카멜이나 피셔스에 처음 온 분들은 아마 이 지역의 집들과 크고 넓은 마당이 꽤나 인상적이셨을 거에요. 도로는 시원시원하고, 상점이나 주택 사이의 간격도 넉넉하죠. 도시라고 하는데도 한국에서 살던 감각으로 사람도 많지 않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얼마나 넓고 여유로운 걸까요? 그래서 먼저 신도시 분당과 카멜·피셔스의 면적과 인구를 비교해봤습니다. 생활 방식과 도시 구조가 다른 만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우리가 느끼는 ‘넓음’의 정도를 이해하는 데에는 꽤 흥미로운 기준이 됩니다.

분당과 비슷한 면적, 인구는 4분의 1

먼저 실제 면적과 인구를 살펴보겠습니다.

지역면적인구인구 밀도
분당구약 69.8㎢약 47만 명약 6,700명/㎢
피셔스약 92.2㎢약 10만 6천 명약 1,150명/㎢
카멜약 127.2㎢약 10만 6천 명약 840명/㎢

면적만 보면 카멜은 분당의 약 1.8배, 피셔스는 약 1.3배입니다. 두 도시 모두 한국의 분당보다 조금 더 크죠. 그런데 인구는 분당이 약 47만 명인 데 비해 카멜과 피셔스는 각각 10만 명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즉, 카멜은 분당보다 조금 더 넓은 땅에 인구의 4분의 1도 되지 않는 사람이 살고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카멜의 인구 밀도는 분당의 약 8분의 1, 피셔스는 약 6분의 1 수준입니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느끼는 “왜 이렇게 넓지?”라는 인상이 단순한 기분 탓만은 아닌 것이죠.

아파트로 쌓은 도시, 마당으로 펼친 도시

인구 밀도가 이렇게 크게 차이 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주거 형태입니다. 한국의 도시들은 많은 사람이 고층 아파트에 모여 생활합니다. 한정된 면적 안에 주택과 상가, 학교, 병원, 대중교통 시설이 밀도 높게 들어서 있습니다.

반면 카멜과 피셔스는 마당이 있는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주거지가 넓게 형성돼 있습니다. 집과 집 사이의 간격이 넓고, 주택가와 상업지역도 비교적 분리돼 있죠. 한국의 신도시가 주거 공간을 위로 쌓았다면, 미국 교외 도시는 옆으로 넓게 펼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슷한 수의 가구가 살더라도 미국 교외 도시에는 훨씬 많은 땅이 필요합니다. 넓은 집과 마당, 차고, 진입로, 단지 안의 도로와 녹지 공간이 모두 도시의 면적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넓다고 무조건 편한 것은 아니다

넓고 한적한 생활에는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집과 집 사이에 여유가 있고, 마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습니다. 주차 공간도 넉넉하고, 복잡한 도심에서 벗어난 조용한 생활도 누릴 수 있죠.

하지만 그 여유에는 불편함도 따라옵니다. 한국에서는 아무 부담없이 집을 나서면 집 앞에 편의점이나 카페, 학원, 병원도 걸어서 이용할 수 있지요.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도 비교적 편리합니다.

반면 카멜이나 피셔스에서는 우유 하나를 사러 갈 때도 차를 타야 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집에서 가까워 보이는 상점도 걸어가려면 인도가 없거나 큰 도로를 건너야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없으면 일상생활이 상당히 불편하고, 이웃과 길에서 자연스럽게 마주치는 일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한국 신도시의 높은 밀도가 편리함과 활기를 만들어낸다면, 카멜과 피셔스의 낮은 밀도는 여유와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합니다. 어느 쪽이 더 좋다기 보다는 서로 다른 생활방식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좀 비슷한데?

밀도와 도시 구조는 크게 다르지만, 분당과 카멜·피셔스에는 의외로 비슷한 점도 있습니다. 세 지역 모두 주거환경이 잘 정비돼 있고, 학군과 생활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정이 많이 거주합니다. “아이들 교육 때문에 이사 왔다”는 이야기도 자주 들을 수 있죠.

좋은 학군에, 깔끔하게 관리된 주택가와 상권, 공원과 산책로, 가족 중심의 생활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분당을 잘 아는 분이라면 카멜이나 피셔스의 분위기가 완전히 낯설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인 제 생각입니다만.

한국의 도시와 카멜·피셔스는 도시가 만들어진 방식도, 집의 형태도, 일상의 이동 방식도 다르지만 이렇게 미국 땅 한가운데에서 가끔 그리운 한국의 어느 신도시와 비슷한 풍경 떠올려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을까요? 잘 정돈된 거리와 좋은 학군, 가족 중심의 생활환경을 바라보다 보면, 전혀 다른 두 도시 사이에서도 나름의 닮은 점을 발견하게 될수도 있구요.

살다보면 한국의 편리하고 활기찬 생활이 그리운 날도 있고, 미국 교외의 넓고 조용한 환경이 새삼 좋게 느껴지는 날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어쩌면 중요한 것은 어느 도시가 더 좋은지를 따지는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좋은 점을 발견하고, 이곳이 나와 우리 가족에게 가장 좋은 곳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것. 그런 마음이 낯선 곳에서의 삶을 조금 더 편안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지 않을까요.

※ 분당구 인구는 2026년 3월 기준 469,015명(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이며, 카멜(약 106,600명)과 피셔스(약 105,900명) 인구는 미국 인구조사국 기반 2026년 추정치입니다. 면적은 분당구 행정구역 면적과 미국 인구조사국의 육지 면적을 기준으로 환산했습니다. 집계 시점과 기준에 따라 수치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자료: 성남시·행정안전부, 미국 인구조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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