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애나는 미국의 충주다 — 심심한데 은근히 매력 있는 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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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애나는 미국의 충주다 — 심심한데 은근히 매력 있는 동네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나 인디애나 살아”라고 하면 십중팔구 이렇게 되묻습니다. “인디애나가… 어디야?” 뉴욕도 아니고 LA도 아니고,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죠. 그럴 때 제가 쓰는 필살기 한마디가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지인에게 “나 인디애나 살아”라고 하면 십중팔구 이렇게 되묻습니다. “인디애나가… 어디야?” 뉴욕도 아니고 LA도 아니고, 딱 떠오르는 이미지가 없죠. 그럴 때 제가 쓰는 필살기 한마디가 있습니다. “아, 미국의 충주 같은 데야.” 그러면 신기하게도 다들 “아~” 하고 고개를 끄덕여요. 왜 하필 충주일까요. 오늘은 좀 엉뚱하지만 은근히 들어맞는 비교, 인디애나와 충주 이야기입니다.

한 줄 정리 — 화려하진 않지만 살기 편하고, “심심하다”는 소리 듣다가 의외의 한 방으로 존재감을 뿜고, 속도는 느긋하고, 자연은 한적하다. 충주와 인디애나의 공통점입니다. 그리고 살아보면 압니다 — 그 심심함이 사실은 축복이라는 걸.

① “심심한 동네”라는 오해

충주는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남짓, 충청북도의 조용한 중소도시입니다. 관광 1번지도 아니고, “충주 가자!”며 벼르고 떠나는 사람도 많지 않죠. 인디애나도 비슷합니다. 미국인들 사이에서 중서부는 “플라이오버 컨트리(flyover country)” — 동부와 서부를 오갈 때 비행기로 그냥 지나치는 곳이라는 살짝 서운한 별명이 있어요. 우뚝 솟은 랜드마크나 화려한 해변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첫인상은 둘 다 “심심하다”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바로 그 심심함 뒤에 반전이 숨어 있다는 점이에요.

② 그런데, 한 방이 있다

충주가 전국구로 유명해진 계기, 다들 아시죠. ‘충주맨’입니다. 충주시청의 한 주무관이 거의 무(無)예산 B급 감성 유튜브로 관공서 홍보의 판을 갈아엎었고, 덕분에 “충주 = 그 웃긴 유튜브 하는 도시”로 전국에 각인됐어요. 조용하던 동네가 기대 안 한 방향에서 훅 유명해진 겁니다.

인디애나에도 그런 “한 방”이 있습니다. 바로 인디애나폴리스 500(Indy 500) — 100년 넘는 역사의, 세계에서 관중이 가장 많이 모이는 자동차 경주예요. 평소엔 조용하던 주가 5월 한 달만큼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습니다. 여기에 농구도 빼놓을 수 없죠. 인디애나는 “후지어 히스테리아(Hoosier Hysteria)”라 불릴 만큼 농구에 진심인 주고, 영화 「후지어스」의 배경이자 전설적 선수들을 배출한 고교·대학 농구의 성지입니다. 심심한 줄 알았는데, 알고 보면 한 분야에선 세계구급. 딱 충주스럽지 않나요.

③ 느리다 = 여유롭다

충청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느긋함이죠. 급하게 몰아붙이지 않고 은근하게, 여유 있게. 인디애나를 비롯한 미국 중서부의 정서도 이와 놀랍도록 닮았습니다. 흔히 “미드웨스트 나이스(Midwest Nice)”라고 하는데, 서두르지 않고, 친절하고, 소박한 분위기예요. 마트에서 눈 마주치면 웃어주고, 처음 본 이웃도 인사를 건넵니다.

대도시의 빠른 속도에 지쳐본 사람이라면, 이 “느림”이 얼마나 큰 위안인지 압니다. 출근길이 막히지 않고, 주차 스트레스가 적고, 저녁이 있는 삶이 가능한 곳. 느린 게 뒤처진 게 아니라, 삶의 여백이더라고요.

④ 한적함의 값어치

충주에는 남한강과 충주호가 있고, 사과가 유명하고, 수안보 온천이 있습니다. 화려하진 않아도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이죠. 인디애나도 결이 비슷해요.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콩밭, 조용한 호수와 주립공원, 그리고 남부에는 프렌치릭(French Lick)이라는 유서 깊은 미네랄 온천 리조트 마을까지 있습니다. 수안보에 온천이 있듯, 인디애나에도 온천 휴양지가 있는 셈이에요.

무엇보다 이 한적함은 지갑에 정직하게 돌아옵니다. 대도시 대비 집값·물가가 착하고, 같은 소득이면 훨씬 넓은 집, 여유 있는 생활이 가능하죠. 화려함을 내려놓은 대가로 얻는 게 결코 적지 않습니다.

⑤ 살아보면 안다

여행지로는 충주도, 인디애나도 “글쎄?”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살기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져요. 관광객에게 심심한 곳이, 주민에게는 안전하고, 편하고, 부담 없는 최고의 생활 터전인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낯선 나라에 정착하는 우리에게, 너무 빠르지도 비싸지도 않은 이 속도는 오히려 고마운 조건입니다.

충주가 “충주맨” 하나로 자기만의 매력을 증명했듯, 인디애나도 겪어본 사람은 압니다. 겉은 심심해 보여도, 속은 은근히 단단하고 따뜻한 동네라는 걸요.

마무리 — 미국의 충주에서 산다는 것

그러니 다음에 누가 “인디애나가 어디냐”고 물으면, 저는 또 이렇게 답할 겁니다. “미국의 충주 같은 데.” 심심하다는 말에 살짝 발끈했다가도, 곰곰이 생각하면 결국 “그래서 살기 좋지”로 끝나는 곳. 화려한 곳만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인디애나에서 매일 배웁니다. 오늘도 이 느긋하고 한적한 동네에서, 각자의 자리를 단단히 지켜가는 인디애나 한인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 이 글은 두 지역의 분위기를 가볍게 빗댄 에세이입니다. 충주에도, 인디애나에도 애정을 담아 썼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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