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3개월 만에 최저(oil prices)…미·이란 종전에 미 휘발유값도 4달러 아래로

국제 유가 3개월 만에 최저(oil prices)…미·이란 종전에 미 휘발유값도 4달러 아래로
미국과 이란이 종전 합의에 서명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통되면서 18일 국제 유가가 석 달 만에 최저로 떨어졌다. 미국 휘발유 전국 평균도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미국과 이란이 넉 달째 이어온 전쟁을 끝내기로 한 종전 합의에 공식 서명하고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국제 유가가 18일(현지시간) 석 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날 미국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4달러 아래로 내려가, 3월 말 이후 처음으로 ‘4달러 시대’에서 벗어났다. 전쟁이 밀어 올렸던 기름값이 빠르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국제 유가, 석 달 만에 최저로
1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7월물은 배럴당 76.60달러로 전 거래일보다 0.25% 내렸고, 국제 유가의 기준이 되는 브렌트유 8월물은 79.8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고 헤럴드경제가 전했다. 두 유종 모두 장중 한때 3월 초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밀렸다. 미국과 이란이 지난 일요일 합의 사실을 처음 알린 뒤 유가는 11% 넘게 빠졌고, 한 주 동안의 낙폭만 8% 안팎에 이른다.
값을 끌어내린 직접적인 계기는 호르무즈 해협의 재개통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약 5분의 1(20%)이 지나는 핵심 길목으로, 전쟁 기간 통항이 막히면서 ‘역사상 최대 규모의 공급 차질'(국제에너지기구·IEA)을 빚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8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지난밤 12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실은 유조선들이 해협을 통과했다”며 분쟁 발발 이후 가장 많은 물량이라고 파이낸셜뉴스를 통해 밝혔다. 시장 정보업체 보텍사 집계로는 페르시아만에 약 8천만 배럴 규모의 원유가 통항 재개를 기다리고 있어, 공급이 한꺼번에 풀릴 것이라는 기대가 값을 눌렀다.
다만 하락세가 일방통행은 아니다. 19일 미국 증시와 채권시장은 노예 해방 기념일인 준틴스(Juneteenth) 연방 공휴일로 문을 닫았고, 같은 날 유가 선물은 스위스에서 예정됐던 미·이란 후속 협상이 돌연 미뤄졌다는 소식에 방향을 잡지 못한 채 혼조세를 보였다.
휘발유값도 4달러 아래로, 인디애나가 가장 싸다
유가 하락은 곧바로 주유소 가격에 반영됐다. 미국자동차협회(AAA) 집계 기준 18일 미국 보통 휘발유 전국 평균 가격은 갤런당 3.999달러로, 3월 30일 이후 처음으로 4달러 밑으로 내려갔다고 뉴스위크가 보도했다. 5월 21일 기록한 올해 고점 4.56달러와 비교하면 한 달 사이 50센트 넘게 떨어진 셈이다. 이날 기준 50개 주 가운데 28개 주에서 평균 가격이 4달러를 밑돌았다.
지역별 차이는 여전히 크다. 캘리포니아(약 5.64달러)와 하와이(5.57달러)가 가장 비쌌던 반면, 인디애나는 갤런당 약 3.40달러로 전국에서 가장 저렴했다. 인디애나 한인들이 다른 지역보다 한발 먼저 가격 안정을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전국 평균은 1년 전보다는 여전히 약 25% 높아, 전쟁 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넉 달 전쟁이 밀어 올렸던 기름값
이번 급락은 전쟁이 남긴 가격 충격을 되돌리는 과정이기도 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겨냥한 공습을 시작하면서 전쟁이 불붙었고,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항을 위협하자 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120달러 안팎까지 치솟았다. 전쟁 직전 갤런당 3달러에 채 못 미치던 미국 휘발유값은 5월 들어 4.56달러까지 올랐다.
치솟은 에너지 가격은 물가 전반을 끌어올렸다. 미 노동통계국(BLS) 집계로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4.2% 올라 3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지난 17일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도 연내 인상 가능성을 열어둔 매파적 신호를 보낸 것도, 이렇게 끈적해진 물가가 배경에 있었다. 유가가 안정되면 물가 압력이 누그러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름값 하락은 시장이 반기는 소식이다.
분석과 전망: 값은 내렸지만, 전쟁 전 수준은 아직
월가에서는 유가가 더 내려갈 여지는 있되, 그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골드만삭스는 호르무즈를 통한 걸프 지역 수출이 7월 말까지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고 원유 생산은 10월쯤 정상화될 것으로 보면서, 브렌트유 4분기 전망치를 배럴당 90달러에서 80달러로, WTI는 75달러로 낮춰 잡았다고 오일프라이스닷컴이 전했다. 모건스탠리도 4분기 브렌트유 평균을 80달러로 비슷하게 제시했다.
다만 값이 전쟁 전 수준까지 곧바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삭소뱅크의 올레 한센 상품전략 책임자는 고갈된 재고와 더딘 생산 재가동, 전략비축유 재축적, 여름철 계절 수요 등이 “전쟁 전보다 높은 가격의 바닥을 만들 것”이라고 짚었다. 라피단에너지의 밥 맥널리 대표는 이번 합의를 사실상 일시적 휴전으로 규정하며 호르무즈에 묶여 있던 원유를 풀기 위해 치른 값비싼 대가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KCM의 팀 워터러 수석시장분석가는 트레이더들이 해협 통항이 실제로 정상화된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인한 뒤에야 추가 하락에 베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합하면 이번 유가·휘발유값 하락은 전쟁이라는 비정상이 걷히는 1차 안도 랠리로 풀이된다. 관건은 60일 협상 기간 동안 합의가 실제로 굴러가느냐다. 통항이 순조롭게 늘면 값은 한 단계 더 내려갈 여지가 있지만,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교전이 이어지는 등 합의에 균열이 생기면 유가가 다시 튀어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가 쪽 후유증도 남는다. 시러큐스대의 팻 펜필드 공급망 교수는 운송·보험·제조 비용이 하루아침에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며 “미국 전역의 제품 가격은 2026년 내내 계속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디애나를 비롯한 한인들에게도 당장 주유비 부담은 줄겠지만, 장바구니 물가가 곧장 내려가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기름값 안정이 물가 둔화로 이어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까지 가라앉을지가, 모기지와 대출 금리를 좌우할 다음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일정
미국과 이란은 합의 서명 이후 60일 안에 핵 프로그램과 제재 해제 등 핵심 쟁점을 다루는 최종 협상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19일 스위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후속 실무 협상이 미뤄지면서 협상 동력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시장은 휘발유 가격이 본격적인 여름 운전 성수기에도 안정세를 이어갈지, 그리고 7월 말로 예정된 다음 연준 회의에서 유가 하락이 물가 판단에 어떻게 반영될지를 주시하고 있다.
출처
헤럴드경제, 파이낸셜뉴스, 뉴스핌, 뉴스위크, 로이터, CNBC, 오일프라이스닷컴, AAA, 국제에너지기구(IEA) 종합. 유가는 18일(현지시간) 종가 기준이며, 19일 준틴스 휴장 이후 시세는 변동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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